원어이해

자카르 (기억하라)

2013.10.2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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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32:7에서 모세는 옛날에 대한 ‘기억’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기억하라’는 말은 히브리어 ‘자카르’(zakar)이다. 이 단어의 기본 개념은 ‘기억하다’, ‘주의를 기울이다’ 등의 뜻으로 사람의 정신적 활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때로 이 단어가 ‘권고하다’의 뜻으로 쓰일 경우에는 사람들의 망각을 일깨워 잊어버렸던 사실들을 떠올리고 기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는 주로 히브리어 ‘사역형’인 ‘히필’(Hiphil) 형태가 쓰였다. 따라서 ‘기억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자카르’는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을 기억하고 암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 묵상하고 회상하고, 스스로를 권면하여 일깨우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영적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성경에서 이 단어가 처음 쓰인 것은 창세기 8:1에서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육축을 ‘권념하사’ 바람으로 땅 위에 불게하시매”라는 말씀에서 ‘권념하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권념’은 하나님께서 노아와 그와 함께 있는 모든 짐승들을 ‘생각해 주신 것’을 가리킨다. 마찬가지로 모세는 옛날을 ‘기억하라’고 명령형으로 서술하였다. 이는 기억에 대한 당위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과거의 수많은 사건 속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영적 교훈을 깨닫기 위해 성도들은 옛날의 일들과 과거 인물들의 삶을 묵상하고 회상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님의 언약을 떠올리거나 나에게 말씀하시는 영적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깨달음의 결과는 때로는 ‘회개’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된다. 에스겔 6:9은 “기억하고 스스로 한탄하리니”라고 하였다. 또한 민수기 15:40에서는 하나님의 모든 계명을 “기억하고 준행하여 너희의 하나님 앞에 거룩하리라”라고 말씀하였다. 이는 올바른 ‘기억’이 참된 회개를 불러와 하나님 앞에 거룩한 모습으로 서게 해줌을 일깨워 준다. 따라서 성경을 읽고 상고하려는 자는 성경을 통해 ‘옛날’을 잘 기억해야 한다. 그 기억이 나의 과거의 삶을 회상하여 하나님의 말씀과 은혜를 떠올리게 하고 회개할 수 있는 은혜의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자카르’는 그 의미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파생어들이 있다.

 

먼저는 명사형으로 ‘제케르’(zekerE)가 있다. 이 단어는 우리말로 ‘기억’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성경에서는 주로 ‘표호’(출 3:15), ‘기념명칭’(시 102:13), ‘기념칭호’(호 12:6), ‘자취’(시 34:17), ‘기념함’(에 9:28), ‘이름’(신 25:19) 등의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번역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히브리어 ‘제케르’는 사람이 ‘기억해야 할 것들’, 혹은 ‘기억 속에 전해져 온 것들’을 가리킨다. 독특하게 호세아 14:8에서는 이 단어를 ‘향기’로 번역하였다. 사람의 코에 향기의 여운이 남아있듯이 ‘제케르’는 우리의 기억 속에 향취처럼 오랫동안 묻어있는 것을 말한다.

 

‘제케르’와 거의 유사한 뜻의 명사 파생어가 ‘지크론’(zikron)이다. 이 단어도 개역성경에서 주로 ‘기념’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제케르’가 주로 ‘이름’, ‘기념함’ 등과 같이 기억과 관련된 추상적 의미로 쓰인 반면에 ‘지크론’은 ‘기념물’(민 17:5), ‘기념품’(사 57:8), ‘기념보석’(출 28:12, 12:4), ‘격언’(욥 13:12) 등과 같이 기념이 될만한 ‘물품’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다음의 파생어는 사람 이름으로 쓰인 경우다. 대표적으로 ‘시그리’와 ‘스가랴’가 있다. ‘시그리’(zikri)는 ‘기억할 만한’이라는 뜻으로 다윗 통치 시에 르우벤 족장 엘레에셀의 아버지(대상 27:16) 등 일곱 명 정도의 동명이인이 있다. 이어서 ‘스가랴’(zkarya)는 ‘여호와께서 기억하셨다’는 뜻으로 이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성경에 29명이나 된다. 특히 ‘스가랴’라는 단어는 ‘기억하다’는 뜻의 ‘자카르’와 ‘여호와’의 줄임말인 ‘야’(yah)의 합성어이다.  

 

끝으로 자카르의 파생어 가운데 ‘아즈카라’(azkara)가 있다. 이 단어는 주로 레위기에 등장하는데,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의 제물 중 특정한 몫을 가리킨다. 개역성경에서는 ‘기념물’(레 2:2, 9, 16, 5:12, 6:8), 또는 ‘기념’(민 5:26)이란 단어로 번역되었다.

 

상의 내용을 볼 때 히브리어 ‘자카르’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옛날을 마음 속에 새기고, 다양한 ‘물건’, ‘이름’ 등을 통해 이를 회상할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를 뜻한다. 하나님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기념물’과 ‘기념일’ 등을 통해 하나님의 하신 일들을 기억하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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