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1 06:08
가나안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아브라함은 곧 바로 세겜 땅 ‘1)모레 상수리 나무’에 이르렀다(창 12:6). 그곳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나타나 “가라사대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창 12:7)ㄹ 말씀하셨다. 이에 아브라함은 “자기에게 나타나신 여호와를 위하여 그곳에 단을 쌓았다”. 그러므로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가 있는 곳은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서 처음 하나님을 만난 장소이고 그것에 감사하여 하나님께 제단을 쌓은 곳이다.
아브라함은 또한 가나안 땅에 흉년이 들어 애굽에 내려갔다가 다시 가나안 땅으로 올라오게 되는데 성경은 그곳을 “그가 처음으로 단을 쌓은 곳이라”(창 13:4)고 설명하고 있다. 곧,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또한 이곳은 하나님께서 천사들과 함께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오셔서 아브라함에게 ‘상속자’에 대한 약속을 주신 장소이기도 하다.
창세기 18:1 “여호와께서 마므레 상수리 수풀 근처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시니라”
아브라함이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에는 무슨 뜻이 담겨있는 것일까? 바꿔 말하면 하나님은 수많은 장소 중에서 왜 ‘모레 상수리 나무’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가나안 땅에 대한 약속과 상속자를 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을까? 그것은 ‘모레’라는 지명에 얽혀있는 히브리어의 뜻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히브리어 ‘모레’는 크게 ‘이른 비’라는 뜻과 ‘교사, 선생’이라는 뜻이 있다. 언뜻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이른 비’와 ‘선생’이란 말은 하나의 어근에서 유래되었다. ‘모레’의 어원인 히브리어 동사 ‘2)야라’는 일반적으로 세 가지 뜻이 있다 : ① 던지다 ② 쏘다 ③ 가르치다.
1. <던지다>
‘던지다’라는 뜻은 주로 돌을 목적어로 취한다. 따라서 동사 ‘야라’가 돌과 함께 사용될 때는 그것을 일정한 곳에 놓는다는 뜻을 갖는다. 예를 들어 라반과 야곱 사이에 계약을 맺은 증거로 ‘돌 무더기와 돌 기둥’을 쌓았는데, 창세기 31:51에서 “내가 너와 나 사이에 둔 이 무더기를 보라”라는 구절에서 동사 ‘야라’는 ‘두다’라는 뜻으로 번역되었다. 여호수아 18:6에서는 가나안 땅 정복과 기업의 분배과정에서 남은 일곱 지파들을 위해 ‘제비를 뽑는다’라는 뜻으로 동사 ‘야라’가 사용되었다. 당시 제비를 뽑는 방식은 엄밀하게 말하면 ‘뽑는 것’이 아니라 돌이나 어떤 물건을 ‘던져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동사 ‘야라’의 첫 번째 뜻인 ‘던지다’는 단순히 돌이나 어떤 물건을 던진다는 일차적 의미보다 이를 통해 어떤 것을 결정하고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2. <쏘다>
‘쏘다’라는 뜻은 화살과 관련되어 있다. 화살을 쏘는 것 또한 단순히 어떤 과녁이나 짐승을 겨누는 것 외에 하나님의 뜻을 계시하는 방편으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열왕기하 13:15-19에서 엘리사는 요아스 왕에게 활과 살들을 취하여 동편 창을 연 후 쏘라고 명령하였다. 이 상징적 행위의 의미는 “여호와의 구원의 살, 곧 아람에 대한 구원의 살”(왕하 13:17)이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다. 사무엘상 20:36-37에서도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화살을 쏘아서 다윗에게 아버지 사울을 피해 도망칠 것을 비밀스럽게 알려 주었다. 따라서 ‘야라’의 두 번째 뜻인 ‘쏘다’라는 뜻도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3. <가르치다>
‘가르치다’라는 뜻은 돌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아서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비밀한 내용을 계시해 주는 역할을 가리킨다. ‘야라’가 ‘사역형’(히필형)으로 쓰인 경우에 이 뜻으로 사용되었다. 잠언 6:13에서 “눈짓을 하며 발로 뜻을 보이며 손가락질로 알게 하며”라는 구절에서 손가락질로 ‘알게 하며’라는 단어가 ‘야라’이다. 돌을 던지거나 화살을 쏘아서 알게 하듯, 손가락으로 가리켜서도 새로운 진리를 알게 한다. 시편 45:4에서는 “왕의 오른손이 두려운 일을 가르치리이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도 ‘가르치리이다’라는 말이 ‘야라’ 동사이다. 이처럼 손가락으로 가리켜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사람을 ‘교사, 선생’이라 한다.
1) <모레>의 두 가지 뜻 – 이른 비와 선생
앞서도 언급한 바처럼 ‘모레’라는 단어는 ‘이른 비’와 ‘선생’이라는 상이한 두 가지 뜻이 있다. 먼저 ‘모레’가 ‘이른 비’로 쓰이게 된 것은 돌을 던지고 활을 쏘는 것처럼 “물을 뿌린다”는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엘 2:23과 시편 84:7에서 ‘모레’가 ‘이른 비’라는 뜻으로 쓰였다. 반면에 신명기 11:14, 예레미야 5:24, 호세아 6:3에서는 뜻은 같지만 형태가 다른 3)요레라는 단어가 ‘이른 비’로 사용되었다.
‘모레’의 두 번째 뜻인 ‘선생’의 의미는 ‘비’를 “뿌리는 것”이 아닌 “내려서 촉촉이 적시는 것‘으로 생각한 데서 유래되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비가 내리면 대지를 적시게 마련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교훈과 진리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비’와 같이 사람들을 가르쳐서 의의 길로 인도한다. 호세아 10:12에서 “여호와께서 임하사 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 하셨는데, 여기서 ‘내리시리라’라는 말이 히브리어 ‘야라’이다. 하나님의 의가 임하는 것을 비가 내리는 것에 비유한 것이다. ‘모레’ 상수리 나무(창 12:6, 신 11:30), ‘모레 산’(삿 7:1)에서 ‘모레’라는 지명의 뜻은 ‘교사, 선생’을 가리킨다. 동사 ‘야라’가 이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은 잠언 5:13에서 “내 선생”으로, 욥기 36:22에서 “교훈을 베풀다”, 이사야 30:20에서 ‘스승’으로 쓰인 경우이다.
‘모레’라는 단어에 담긴 이와같은 의미를 살려서 히브리어 사전 BDB에서는 창세기 12:6의 ‘모레 상수리 나무’를 ‘선생의 나무’(the teacher’s terebinth)로, 사사기 7:1의 ‘모레 산’은 ‘선생의 산(언덕)’(teacher’s hill)으로 번역하였다. 구약의 전승에 의하면 ‘모레 상수리 나무’는 ‘거룩한 나무’로 여겨졌는데, 이는 그곳에서 제사장이 말씀을 선포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 가르칠 내용의 핵심 -<율법>
‘가르치다’라는 뜻의 동사 ‘야라’의 가장 중요한 파생어가 있다면 ‘율법’을 뜻하는 4)토라가 있다. 이 명사는 구약성경에서 222회 사용되었으며, ‘율법’, ‘법령’, ‘교훈’을 뜻하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이다. 구약성경에서 ‘토라’는 모세로부터 받은 ‘십계명’을 가리키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는 ‘모세 오경’과 구약성경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히브리어 동사 ‘야라’의 의미를 고려하여 살펴볼 때, ‘율법’은 비처럼 위로부터 내려오는 것이고, 돌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서 진리를 깨우쳐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의 비를 내려서 메마른 땅을 적셔 주셨고, 불모지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셨다. 무지한 양떼를 돌을 던져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시듯, 율법의 돌, 진리의 화살로 이스라엘을 생명의 길로 이끄셨다.
히브리어 동사 ‘야라’의 뜻을 깨닫고 보면 ‘모레 상수리 나무’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만나 주신 것은 신비로운 섭리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선생’이 되어 주셔서 가나안 땅과 상속자를 주시겠다는 뜻을 가르치셨다. 이처럼 ‘모레’는 이스라엘에게 신성한 장소요 하나님의 계시가 임하는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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