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문체를 살펴보면 저자가 독자에게 높임법을 사용한 구어체 형식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구어체 화법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로지 자신의 청중, 혹은 독자에게 전달할, 십계명의 내용 설명과 그것이 지닌 현대적인 메시지 전달에 깊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본 서는 독특한 방법론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십계명 자체를 다루기에 앞서서 예비 단계로 언약 일반, 시내산 언약, 언약체결을 전후한 모세의 여덟 차례 시내산 등정을 상세하게 진술하고, 그리고 십계명의 서론을 논한 다음에, 비로소 열 계명을 각 계명별로 하나하나씩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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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각 계명을 설명하기에 앞서, 각 계명의 출처, 각 계명의 우리말 번역 본문1), 각 계명의 영어 번역 본문2), 각 계명의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3)을 제시한다. 다음에는 각 계명을 다섯 가지 각도에서 조명한다. ① 해당 계명 자체 해석 ② 해당 계명과 관련된 세부 율법 ③ 해당 계명을 범한 자의 최후 ④ 계명에 따라 “해당 계명의 예배에 대한 교훈”(1, 2, 3, 4 계명의 경우), “해당 계명의 복음적 확대”(5, 6, 7, 8, 9, 10계명의 경우) ⑤ 해당 계명의 구속사적(救贖史的) 교훈, 이상 다섯 가지가 십계명 이해를 위해 저자가 설정한 기본적인 관찰의 틀이다.
저자의 설명은 사변적(思辨的)인 것이 아니라, 거의 다 신구약 성경의 문맥에서 본문을 인용하고 연결시키는 방법을 택하였다. 저자 자신이 이것을 고백하고 있다. “성경의 황금맥(黃金脈)은 내가 죽고 또 죽어도 다 찾아내지 못하는 무진장의 광대한 광맥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파생된 겨우 몇 줄기의 지맥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발견하고 캐내는 가운데 구속사 시리즈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저자 서문 중에서 16쪽).
저자가 일반적인 관주(貫珠) 성경이 제시하는 관련 구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관련 구절들을 성경 안에서 뽑고, 그것들을 연결하고 직조하여, 성경 본문을 가지고 입체적이고 환상적인 건축물을 짓는 솜씨는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거미줄이나 그물망이 정교하게 얽혀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 어떤 질서가 있듯이, 정보망(情報網)이나 방송망(放送網)이 정교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놀라운 메시지를 전달하듯이, 히브리어 구약 39권 929장 23,213절과 그리스어 신약 27권 260장 7,941절 중에서 해당 계명과 관련된 구절들을 뽑아내어, 치밀하게 수(繡)를 놓아 성경 본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솜씨는 경이롭기 그지없다. 저자는 성경으로 성경을 해명한다고 하는 종교개혁자들의 방법을 한껏 활용하고 있으니, 독자들은 십계명 부분만 읽더라도 성경 66권 전체를 넘나드는 깊은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십계명을 설명함에 있어서 모든 설명 자료를 신구약 성경에서 인용한 저자는, 제 5계명 부모 공경을 설명하는 곳에서는 성경 문맥에서의 인용 외에도 드물게, 아주 예외적으로, 우리 동양의 고전을 인용한다. “효도는 보편적 천륜(天倫)으로, 이방 세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효도’(孝道)를 고유 미덕과 기본 윤리로 삼는 효도법이 있었습니다”(351쪽)라고 말하면서 『명심보감(明心寶鑑)』 22번째 이야기인 “팔반가(八反歌)”의 전문을 한문으로 인용하고, 우리말로 번역하여 실었다. 팔반가 여덟 수는 3대가 사는 집안에서, 어버이를 봉양하고 아이를 기르는 젊은 부모가 늙은 부모를 대할 때의 태도와 어린 자식을 대할 때 보이는 여덟 가지의 상반된 마음을 비교하여 읊은 노래다. 젊은 부모가 자기의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 젊은 부모가 자기의 늙은 부모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의, 그 상반된 국면을, 예를 들어 가면서 해학적(諧謔的)으로 날카롭게 꼬집고, 부모에게 효도할 것을 권하는 여덟 편의 반어적(反語的)인 노래다. 성경을 풀이함에 있어서 혹은 성경을 해석함에 있어서, 토착 문화의 언어나 교양을 원용(援用)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하는 한 모범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명심보감의 활용이 ‘효’(孝)에 대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어쩌면 그렇게 절묘하게 들어맞을 수 있는지 저자의 영적 능력은 범상을 뛰어 넘는 그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동양 고전 활용 방법은 앞으로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일본 및 한문권(漢文圈) 독자들과 훨씬 더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십계명을 삶에 적용함에 있어서, 저자의 견해는 다른 어떤 이들보다 보수성과 철저성을 견지하고 있다. 저자는 “신약 시대 이후 오늘날 성도들은 안식일 대신 주일을 지키고 있습니다”(341쪽)라고 말하면서 유대교의 안식일이 기독교에서는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로 완성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340-341쪽). 이러한 해석을 유대교 쪽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지만, 저자의 십계명 해석 대부분은 유대교 쪽에서 볼 때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다. 유대교를 거뜬히 넘어서서 새로운 구속사적 지평을 열어 주고 있는 저자의 철저한 십계명 연구는 그 자체로서 능히 존경받을 만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하여, 저자가 성경을 1,800번 이상 정독하면서 구석구석 깊고 세밀한 부분까지 땀과 눈물로 연구한 평생의 작업을 너무 쉽게 거저 받는 것 같은 황송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부디 저자에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폭포수 같은 은혜의 역사 모두가 귀한 저서로 빠짐없이 표현되어서 전 세계와 한국의 모든 교회들을 풍성한 생명의 꼴로 먹이는 하늘 양식으로 쓰임받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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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철학박사
(前)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대한성서공회 총무
(現) 세계성서공회 아태지역이사회 의장
(現) 침례신학대학교 특임교수
대한기독교서회 100주년 기념 성서주석 출애굽기, 사사기, 룻기, 전도서, 아가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