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태어난 인생은 누구나 “세상 모든 사람의 가는 길”을 따라(왕상 2:2) 나이를 먹고 늙어 갑니다. 세월은 참으로 급속하게 흐르는 유수(流水)와 같아서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부산하게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헛된 일에 분요(紛擾)하지만, 그 한평생은 실로 한 오라기 실낱 같고 한낱 입김에 불과합니다(시 39:6).
저는 “나그네와 행인”같은 인생(벧전 2:11), “우거(寓居)한 자”같은 그림자 인생(대상 29:15), “흙 집”에 사는 유한한 인생(욥 4:19)그 종착점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면서 사도 바울의 고백을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니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니라”라고 고백하였습니다(딤후 4:7-8). 이 위대한 고백처럼, 저도 주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의 완수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저는 성막을 연구하면서 두 가지의 고전적인 방법을 원용하였습니다. 먼저, 망원경식 연구를 통해서 성막의 전체적인 모습과 그것에 함축된 예수 그리스도를 연구하였습니다(히 8:5, 9:9, 참고-눅 24:27, 44, 요 2:21, 5:39, 45-47). 성경에는 모세의 장막 성전, 솔로몬 성전, 스룹바벨 성전, 에스겔 성전, 헤롯 성전 등 다양한 성전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신약성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성전은 바로 ‘장막 성전’입니다. 장막 성전은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는 살아 있는 복음의 고리로서, 범죄한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너무도 풍성하고 완벽하게 구현하였습니다.
다음으로, 현미경식 연구를 통하여 성막의 구체적인 모습을 자세히 연구하였습니다. 심지어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들(말뚝, 줄, 띠, 촉, 받침, 금고리, 놋고리, 기둥머리 등)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살펴보았으며, 성막의 세부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하면서 부딪친 난관은, 한글 성경의 번역이 모호하여 그 정확한 의미 파악이 어렵다는 점과, 성막과 관련된 책들마다 성막의 세부 모습이나 그에 대한 설명이 달라서 복잡하고 혼란스럽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히브리어 원문을 가지고 성경의 본래 뜻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기 시작하였습니다. 히브리어 원문 속에는 현대의 번역본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정확하고 선명한 말씀의 생명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원문을 연구하면 할수록 놀랍게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가 서서히 풀리면서, 성막과 언약궤에 담긴 신비로운 구속사적 경륜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성막의 본래 모습을 정확하게 재현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차례 성막 각 부분을 그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밤을 지새우곤 하였습니다. 비록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골고다 언덕의 고통과는 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만, 저는 이곳 평강의 동산에서 눈물과 땀과 피를 쏟으며, 말씀을 정확하게 깨닫기 위하여 무릎 꿇고 기도하며 오래도록 성경과 씨름하였습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성경에 입각한 성막의 자세한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실로 그 신묘한 영광의 비밀 앞에 한없는 경이로움과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본 서에 나타난 불초한 사람의 설명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성막의 실체를 다 꿰뚫어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 시편 기자가 “내가 보니 모든 완전한 것이 다 끝이 있어도 주의 계명은 심히 넓으니이다”(시 119:96)라고 고백한 것처럼, 연약한 인간이 넓고 광대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완전히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이 변변치 않은 책이, 성경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신선한 은혜의 감격을 안겨 줌으로써 얼마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 주의 몸 된 교회와 성도들이, 성막을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보여 주신 모습 그대로(출 25:9) 볼 수 있도록 돕는, 하나의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성경의 핵심은 구속사이며, 구속사의 중심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성경을 풀어 감에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할 때 비로소 성경에 감추인 비밀과 참뜻이 밝혀집니다. 저는 지난 반 세기 이상 구속사적 입장에서 성막과 언약궤에 대하여 설교하면서 그 중심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하고, “측량할 수 없는 큰 일”과 “셀 수 없는 기이한 일”을 행하시는(욥 9:10)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 앞에 벅찬 감격과 은혜로 중심이 뜨거워지곤 하였습니다. 물론 강단에서 선포했던 말씀들을 그 현장의 은혜와 감격을 재현하여 책으로 활자화하는 일은, 인내 없이는 불가능한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더구나 시중에 성막과 언약궤에 관한 국내외 수많은 책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그 저자들을 통하여 하나님께서는 이미 다양하고 풍성한 은혜와 감동을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종을 통해서도 주시고자 하는 새로운 은혜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앞서가신 분들이 닦아 놓은 기초 위에서, 용기를 내어 출판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늦게나마 구속사적 관점에서 기술된 성막과 언약궤에 대한 책을 출판할 수 있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기적 같은 은혜이기에 모든 영광을 살아 계신 하나님께 돌립니다.
구속사 시리즈 여덟 권이 나오기까지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수기(手記)로 작업했던 산더미 같은 원고들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낡아 부스러지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곤 했는데, 이렇게 구속사 시리즈를 통하여 새 모습으로 단장되어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니, 분에 넘치는 큰 복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동안 구속사 시리즈의 원고 정리와 교정 그리고 출판을 위해 수고하신 동역자들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충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들은 동역자를 넘어 복음 운동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그리스도의 용사들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지금 세상은 갈수록 어두움의 먹구름이 짙어 가며 죄악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생명수의 말씀을 찾지만, 그것을 발견하기란 너무도 난망(難望)한 현실입니다. 바라옵기는 본 서가 하나님의 살아 계신 말씀 속에서 솟아나는 생명수처럼, 살아 있는 언어로 독자들의 가슴속에 새겨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성령께서 모든 독자들의 마음에 참된 빛을 밝혀 주셔서, 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우주적인 구속사의 계획과 목적과 실현, 그리고 그 전망(展望)에 대하여 깨우쳐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세우신 주님의 몸 된 교회들마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러운 일꾼이 되어 심열성복(心悅誠服)함으로(고전 4:1-2), 죄악의 도성을 무너뜨리고 날마다 승리하시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2013년 10월 3일
천국 가는 나그네 길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작은 지체 박 윤 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