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이해

삼갈의 '소 모는 막대기'

2014.05.19 22:58

관리자 조회 수:2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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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 시대, 이스라엘이 주변국의 끊임없는 침입과 식민지배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하나님은 예상치 못한 인물을 사사로 등용하여 위기에서 건지셨다. 그 중 사사 ‘삼갈’은 사사기 3:31에 짤막하게 기록된 무명의 사사였다. 그의 행적은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죽였고 이스라엘을 구원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소모는 ‘막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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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기’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1) 말마드는 사사기 3:31에 딱 한번 사용되었지만, 어근인 동사 2) 라마드는 87회 사용된 중요 단어이다. 긴 막대기에 쇠 끝을 달아 만든 막대기는 소를 몰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삼갈은 이를 통해 블레셋 사람 육백 명을 도륙하고 이스라엘을 위기에서 구원하신 것이다. 하고 많은 무기와 방법 중에 하나님은 하필 소 모는 막대기로 블레셋을 대적하게 하셨을까? 여기에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이스라엘에서 소를 몰거나 양을 치는 것은 ‘가르침, 양육’과 관련되어 있다. 하나님을 이스라엘의 ‘목자’로 말씀하시는 것은 양을 치는 목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목자가 자기 양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좋은 꼴을 먹이기 위해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듯이,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을 생명의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시는 분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간의 친밀한 관계는 양을 치는 목양의 토대 위해 형성되었다. 소를 모는 것도 양을 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주인이 소를 모는 것은 소에게 꼴을 먹이고 양육하는 것 뿐 아니라 밭을 갈거나 일을 시키는 훈련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양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막대기’를 뜻하는 ‘말마드’가 ‘배우다, 가르치다’는 뜻의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에서 유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님의 가르침은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예상 문제를 찍어주는 등 족집게 선생이 아니다. 최대한 학생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인도자’이다. 막대기로 소의 배를 치면서 좌우로 방향을 조정하여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양을 치는 목자도 마찬가지다.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시 23:4)로 양을 치는 목자와 같이 하나님은 성도들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신다. 때로는 ‘사람 막대기와 인생 채찍으로’(삼하 7:14) 징계하시는 가운데 아비가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듯 백성들을 이끄신다.

삼갈은 이러한 뜻을 담고 있는 ‘막대기’로 블레셋을 도륙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이는 하나님의 목양을 가리킨다. 삼갈의 손에 들린 ‘막대기’는 사실 ‘소나 양’처럼 우매한 이스라엘을 치리하시는 목자되신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다. 이 ‘막대기와 지팡이’가 대적은 물리치고, 자기 양과 소는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인도자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훈련시키시고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은총을 가르치셨다.


이러한 하나님의 실물교육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능력과 구원의 은총을 체험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하나님의 ‘가르침’과 이스라엘의 ‘배움’이 하나의 사건을 통해 동시에 이루어진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가 ‘배우다’와 ‘가르치다’는 두 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헬라어를 비롯 대부분의 언어에서 이 두 가지는 각각 다른 단어로 쓰이는데, 유독 히브리어는 하나의 동사가 두 개의 상반된 뜻을 갖는다. 기본형 ‘라마드’가 ‘배우다’라는 뜻이라면 ‘강조형’(피엘형) ‘리메드’는 ‘가르치다’가 된다. 


예기(禮記) 학기(學記) 편에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나온다. 직역하면 “가르치는 것(교사)과 배우는 일(학생)이 서로 돕는다”라는 뜻으로 “배운 연후에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연후에야 어려움을 알게 된다”라는 통찰에서 나온 교훈이다. 또는 훌륭한 학생이 뛰어난 교사를 만들고 그 역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가 정확하게 ‘교학상장’의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다.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하나의 지적 성장과정에 상호작용을 한다. ‘가르침과 배움’을 하나의 행동으로 보는 히브리인의 통찰력이 담긴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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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라마드’에서 파생된 파생어들을 더 살펴보면, ‘학자’와 그 밑에서 배우는 ‘제자’를 가리키는 3) 탈미드가 있다. 이들은 ‘율법 교사’로서 ‘랍비’로도 불렸으며, 이들에게 배우는 학생들을 ‘탈미드’의 수동 복수형인 4) 탈미딤이라 불렀다. 이들은 선생 밑에서 도제식으로 배우는 학생들을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하나님의 율법을 배우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뜻하기도 한다. 또한 ‘가르침을 받은’이란 뜻의 형용사 5) 리무드도 ‘학생, 제자’를 가리킨다. 이사야 8:16에 ‘나의 제자’라는 말에서 ‘제자’가 바로 ‘리무드’이다. 우리가 잘 아는 이스라엘의 교훈집인 ‘탈무드’ 또한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에서 파생된 말이다. ‘학습’, 또는 ‘교훈’ 등의 뜻으로 유대인 율법학자의 구전과 해설을 집대성한 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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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히브리어 동사 ‘라마드’(배우다, 가르치다)에서 파생된 ‘말마드’(막대기)가 사사 삼갈의 손에 들려 블레셋을 도륙하고 이스라엘을 구원했다. 하찮은 막대기도 하나님의 손에 들리면 우리를 구원하는 구원의 도구가 됨을 직접 가르치셨다. 이를 보고도 배우지 못한다면 소나 양과 같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이다. 삼갈의 소 모는 막대기는 곧 우리를 인도하시고 생명의 초장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훈련의 막대기요 사랑의 막대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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