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04 10:52
데라의 죽음 이후 아브라함이 구속사의 전면에 나오게 됩니다.
셈의 족보는 ‘누가 언제 누구를 낳고, 몇 년을 지내며 자녀를 낳았다’(창 11:10-26)는 형식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창세기 5장과 달리 ‘향수하고 죽었더라’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단지 데라 한 사람에게 ‘향수하고 죽었더라’로 기록하면서 창세기 11장은 데라의 죽음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창세기 11:32 “데라는 이백 오세를 향수하고 하란에서 죽었더라”
이렇게 창세기 11장의 족보는 데라의 죽음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배반하며 대항하기 위해 시끌벅적했던 바벨탑을 쌓던 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습니다. 벨렉과 르우, 스룩과 나홀 등 신앙의 후손이라는 사람들이 보여준 육체주의 신앙의 냄새도 더 이상 풍기지 않습니다. 데라의 죽음과 함께 저 멀리 사라지고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오직 ‘아브라함’ 한 사람이 구속사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통적인 신앙 계열의 셈 자손조차 세상과 하나가 되어 우상 숭배로 얼룩진 생활을 하던 흑암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 한 사람을 찾아 급히 이끌고 나오신 것입니다.
바벨탑 사건 이후, 인간들이 죄악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감으로 하나님의 구원 섭리가 단절될 뻔하였으나, 데라의 죽음을 끝으로 셈 계열의 어둠의 역사는 깨끗하게 종결되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택하심으로 새로운 구원 역사를 진행시키신 것입니다.
셈의 하나님은(창 9:26) 에벨의 하나님으로(창 10:21), 그리고 이제 아브라함의 하나님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홍수 이후 함의 범죄로 신앙 계열에 먹구름이 끼었지만, “셈의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창 9:26)했던 한 줄기 소망의 말씀 그대로 셈의 후손 중에서 아브라함이 선택됨으로 전 인류에게 구원의 길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박윤식 목사, “창세기의 족보” (휘선, 2015), 244-245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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