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2 10:12
Jacob Returns to Canaan (Gen 33:18-20), 1910 BC,
172nd Year of the Covenant of the Torch
이삭 156세, 야곱 96세, 요셉 6세(추정)
Isaac's age, 156; Jacob's age, 96; Joseph's age, 6 (estimated)
(6) 에서와의 화해를 위한 야곱의 예물 준비와 전달(창 32:13-23)
① 에서를 위한 야곱의 예물준비
야곱은 그 밤중에 기도를 올리면서 뜬눈으로 경야(經夜:지날 경, 밤 야; 밤을 지새움)하였습니다(창 32:13上). 야곱은 에서가 살기등등하여 대병력을 이끌고 다가오는 큰 곤경에 처했지만, 인간적으로 좌절하지 않고 최후의 순간까지 기도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침착하게 모색해 나갔습니다.
야곱은 형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이끌고 나온 가축들 중에 곧 “그 소유 중에서”(히브리어: 민 하바 베야도-자기 손에 들어오는 대로) 에서를 위하여 예물을 택하였습니다(창 32:13下). 잠언 18:16에 “선물은 그 사람의 길을 너그럽게 하며 또 존귀한 자의 앞으로 그를 인도하느니라”라고 말씀하였습니다(참고-잠 17:8, 19:6, 21:14).
이때 야곱이 에서를 위해 준비한 예물은 ‘암염소 200, 숫염소 20, 암양 200, 숫양 20, 젖 나는 약대 30과 그 새끼, 암소 40, 황소 10, 암나귀 20, 새끼 나귀 10’(창 32:13-15)마리였습니다. 이 가운데 젖 나는 약대의 새끼는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총 550마리 이상 준비한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가축을 에서에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이 크게 번영하도록 축복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② 에서에게 화목 예물을 전달한 야곱의 지혜
에서를 위한 가축을 모두 선택한 후, 야곱은 그 예물을 에서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아주 세밀하게 신경을 써서 종들에게 빈틈없이 지시했습니다(창 32:16-20).
첫째, ‘각 떼로 상거가 뜨게’ 했습니다.
야곱은 가축을 각각 떼로 나눠 종들의 손에 맡기고, 그 종들에게 “각 떼로 상거가 뜨게”(창 32:16)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는 떼와 떼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뜻입니다. 처음에 염소 220마리(암염소 200, 숫염소 20)를 보내고, 간격을 두었다가 다시 양 220마리(암양 200, 숫양 20)를 보냈으며, 또 간격을 두어 그 뒤를 따라 젖 나는 약대 30마리와 그 새끼를 보냈고, 그 다음에 소 50마리(암소 40, 황소 10)를 보내고, 마지막으로 나귀 30마리(암나귀 20, 새끼 나귀 10)를 보냈습니다(창 32:16-19). 이렇게 다섯 떼로 나누어 일정 거리를 둠으로써, 예물의 양이 많아 보이게 하고, 급한 성격의 소유자인 에서의 격한 마음을 누그러지게 했습니다.
둘째, ‘가축을 앞세우고 목자가 그 뒤를 따르게’했습니다.
가축보다 목자가 앞서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10:4), 야곱은 예물로 줄 가축떼를 앞세우고, 종들이 뒤따라 가도록 했습니다(창 32:17-19, 참고-삼상 25:18-33). 이는 물질에 약한 에서의 마음을 움직이려 한 야곱의 지혜입니다.
셋째, 가축들을 종류별로 나누어 여러 떼로 배치하였습니다(창 32:14-16).
이는 에서가 이 예물을 순서대로 받을 때 한 번의 기쁨으로 끝나지 않게 함으로, 살기등등했던 에서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게 하려는 치밀한 작전이었습니다.
넷째, 가축떼를 이끄는 모든 종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부탁하였습니다.
야곱은 각 종들에게 형 에서가 “네가 뉘 사람이며 어디로 가느냐 네 앞엣 것은 뉘 것이냐”(창 32:17)라고 물으면, “주의 종 야곱의 것이요 자기 주 에서에게로 보내는 예물이오며 야곱도 우리 뒤에 있나이다”(창 32:18)라고 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야곱은 같은 말을 앞선 종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종에게까지 다섯 번 되풀이하여 전했고(창 32:19), 각각의 종들은 야곱이 부탁한 대로 에서에게 같은 말을 전했을 것입니다.
다섯째, 형 에서를 야곱의 ‘주’라고 지극히 높이고, 자기를 에서의 ‘종’으로 심히 낮추어 칭하게(창 32:18-20) 했습니다.
야곱이 한날에 함께 태어난 쌍둥이 형 에서를 ‘주’라고 불러 왕처럼 존대하고, 자신은 그를 섬기고 그의 은혜를 입어야 할 ‘종’으로 비하하였습니다. 20년 전에는 형 에서를 ‘주’라고 부른 적이 없고, 자기가 형의 ‘종’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원수 된 것을 화목의 끈으로 묶기 위하여 하나님의 언약 속에서 상대를 무한히 존경할 수 있는 겸손한 사람으로 변하였습니다. 야곱은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기라”라는 계시대로, 태중에서부터 큰 자의 섬김을 받는 장자로 선택된 자였습니다(창 25:23).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야곱이 하나님의 언약을 걸머진 장자의 사명을 감당케 하시려고 먼저 다른 사람을 섬기는 겸손한 자로 연단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높은 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남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막 10:43-44, 참고-마 18:4).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도 다른 사람을 섬기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20:28, 막 10:45). 사도 바울도 복음을 위하여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고전 9:19). 그러므로 최고의 신앙은 최고의 겸손을 동반합니다(고전 15:10). 인간 관계에서 아무리 오래도록 얽힌 문제와 오해와 갈등이 있어도 상대를 높이고 내가 먼저 낮아지는 겸손 속에 화목하는 비결이 있음을 교훈해 줍니다.
이 모두가 형의 분노를 반드시 풀어 화를 당치 않고 마침내 가나안에 들어가려 했던 야곱의 지혜였습니다. 창세기 32:20 하반절에 “야곱의 생각에 내가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히브리어:카파르-덮다, 속죄하다)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으리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준비된 다섯 종류의 가축(염소, 양, 약대, 소, 나귀) 암수 550마리가 넘는 예물을 앞세워 보내고, 야곱은 두려움과 불안으로 무리 가운데서 밤을 지새웠습니다(창 32:13-21). 참으로 두렵고 떨리는 밤이요, 고통과 시련의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그 밤에 주저앉지 않고 일어났습니다(창 32:22上). 그리고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인도하여 얍복 나루를 건네고, 그 소유도 건네었습니다(창 32:22-23).
박윤식 목사, “잊어버렸던 만남” (휘선, 2016), 193-197쪽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