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역사 31 - 9. 벧엘 언약의 재확증Ⅰ

Reconfirmation of the covenant at Bethal (Gen 35:1-15)

1900 BC (estimated), 182nd Year of the Covenant of the Torch

이삭 166세, 야곱 106세, 요셉 16세

Isaac's age, 166; Jacob's age, 106; Joseph's age, 16

(1) 벧엘로 올라가기 위한 성결의 준비(창 35:1-7)

디나의 수욕 사건과 자식들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 있은 후에,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나타셨습니다. 야곱에게 닥친 이 모든 비극과 불행은, 바로 야곱의 불신앙에서 기인했던 것입니다.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가나안 땅에 돌아온 이래 10년이 다 되도록 벧엘의 서원을 망각하고 계속 세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다시 벧엘로 올라가서 형 에서의 낯을 피하여 도망하던 때에 네게 나타났던 하나님께 단을 쌓으라’(창 35:1)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에 야곱은 회개하고 순종하여 서원을 갚기 위해 벧엘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하나님께 단을 쌓고, 그곳 이름을 “엘벧엘”(벧엘의 하나님)이라 불렀습니다(창 35:6-7). 벧엘은 야곱의 일생 노정 17장소 가운데 열한 번째입니다.

야곱이 만난 비극과 다시 벧엘로 올라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에는, 야곱이 하나님께 서원한 것을 강권적으로 지키게 하시어 그를 언약의 후계자로 세우시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벧엘로 올라가라’라고 명령하셨을 때, 야곱 가족에겐 정리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벧엘”은 ‘하나님의 집’이란 뜻입니다. 하나님의 집 벧엘에 거주하려면 언약 백성이 갖추어야 할 자격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세 가지를 요구하셨습니다.

첫째, 이방 신상(神像)을 버리라(창 35:2)

야곱 자신은 우상을 섬기지 않고 유일하신 하나님만 섬겼으나, 가족이 우상 섬기는 것을 다스리지 않았고 막지 못했던 것입니다. 라헬은 밧단아람 라반의 장막에서 훔쳐 온 드라빔(창 31:19)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밧단아람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우상의 영향을 받은 아내들과 자식들, 그리고 야곱과 함께 나온 종들(창 32:5, 7)은 세겜에 머물면서 우상의 영향을 받았거나, 세겜에서 붙잡아 온 포로들(창 34:29)에게 영향을 받아 계속해서 우상을 섬겼을 것입니다. 이에 야곱은 자기 집 사람과 자기와 함께한 모든 자에게 “너희 중의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케 하고 의복을 바꾸라”라고 명령하였습니다(창 35:2). 이어서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나의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나의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단을 쌓으려 하노라”라고 선포하였습니다(창 35:3).

야곱의 말을 듣고 야곱의 집 사람들은 자기 손에 있는 모든 이방 신상과 자기 귀에 있는 고리를 야곱에게 내주었습니다(창 35:4). 그들은 멸절의 위기에 내려진 이 명령에, 두려운 마음으로 모든 우상을 숨김없이 신속하게 가져왔을 것입니다. 야곱은 그것들을 모조리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고 완전히 제거하였습니다(창 35:4下). “귀고리”는 가장 화려한 사치품으로, 당시 사람들은 그 표면에 해, 달 등의 형상을 새겨 부적처럼 달고 다녔습니다(참고-출 32:2-3). 훗날 이스라엘이 금송아지 숭배로 범죄하였을 때도,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과 동행하려면 “단장품을 제하라”라고 명령하셨습니다(출 33:5-6).

상수리나무는 아브라함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에 들어온 다음에 세겜 땅 상수리나무 아래에 이르렀을 때, 가나안 땅을 그 자손에게 주신다는 약속을 받았고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았습니다(창 12:6-7). 야곱은 이방 신상과 귀고리를 아브라함의 신앙과 관련이 있는 상수리나무 아래 묻고, 우상 숭배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였던 것입니다(창 35:4).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 하나님보다 나를 더 좌지우지하는 것, 하나님보다 더 귀중히 여겨지는 것, 이 모든 것이 우상인데, 탐심(골 3:5), 고집과 완고함(삼상 15:23)은 무서운 우상 숭배의 죄악입니다. 이러한 우상 숭배자는 하나님의 집 벧엘에 올라갈 수 없습니다.

둘째, 자신을 정결케 하라(창 35:2)

이어서 야곱은 “자신을 정결케 하고 의복을 바꾸라”라고 명령하였습니다(창 35:2). 여기 “정결케”는 ‘깨끗하다, 순수하다’라는 뜻의 히브리어 ‘타헤르’의 히트파엘(강의재귀)형으로, ‘너희 스스로 강력하게 깨끗하고 순수하게 하라’는 뜻입니다(레 14:8). 야곱과 그 가족은 가나안에 들어온 후에 한동안 세상에 속하여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육신의 소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에 깊이 빠져 있었으며(요일 2:15-16),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의 욕심만을 따라갔습니다. 디나가 욕을 당했고, 시므온과 레위를 비롯한 아들들의 피비린내 나는 살인과 강도 행위가 야곱 가정을 휩쓸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언약으로 이제 겨우 세워진 가정을 파괴하는 사단의 역사였습니다. 이 모든 죄악을 청산하고 거짓과 욕심을 다 내어 버리고 깨끗한 심령을 가져야 벧엘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시 15편).

셋째, 의복을 바꾸라(창 35:2下)

“의복”(히브리어: 시믈라)은 ‘겉옷, 망토’를 가리키며, 외적(外的) 신분과 행위를 가리킵니다. “바꾸라”는 ‘변화하다, 갈아입다’라는 뜻을 가진 ‘할라프’의 히필(사역) 명령형으로, 이 단어는 히필형으로 쓰일 때 옷을 갈아입는 것을 나타냅니다(창 35:2, 시 102:26). 야곱이 “의복을 바꾸라”라고 한 것은, 보이는 면에서도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과거 청산의 외적 증거를 보이라는 것입니다(사 61:10, 슥 3:4).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신을 깨끗하게 해야 하고,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야 합니다(엡 4:22-24, 5:26). 성도는 옳은 행실을 통해 항상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를 입어야 합니다(계 19:8).

이렇게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결단하고 세겜을 떠난 야곱 가족들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사면 고을에 두려움을 주셔서 아무도 추격해 오지 못하게 해 주셨고, 야곱의 집 사람들은 무사히 벧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창 35:5-6).